'몸이 차면 살이 잘 찐다'는 속설을 반증할 단서가 발견됐다.진희정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차가운 체질인 '한증(寒證)'과 관련한 유전적 특성이 우리 몸의 지방 생성 및 제거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유전자 및 질병(Genes&Diseases)'에 공개했다고 31일 밝혔다.한증은 몸이 차갑다는 개념을 넘어 우리 몸의 기능이나 에너지 발현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과거부터 한증은 알레르기 비염, 소화 불량 등 다양한 질병과 연관돼 있다고 알려졌지만 정확한 생물학적 원리는 알려지지 않았다.연구팀은 대전 시민 4000명 이상의 유전체역학 정보를 분석해 한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전지표 56개와 핵심 유전자 'SP1'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 한증을 약하게 하는 유전 형질을 가진 사람(몸이 덜 차가운 사람)들의 간세포에서 지방 생성이 활발했고, 지방을 제거하는 과정(지방 포식 작용)은 줄어들었다.연구팀은 한증 체질인 사람들의 SP1 유전자에 존재하는 특정 변이가 간세포에서 지방을 합성하는 작용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설과 달리 몸이 덜 차가운 사람들이 오히려 지방간이나 비만, 대사 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진 책임연구원은 "한증이라는 전통 한의학적 개념이 실제로 유전적 기반과 생물학적 매커니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대사 질환의 예방과 맞춤형 치료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